'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공범 의혹을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근무한 경기도청을 22일 압수수색했다.

▲ 검찰, 이화영 '대북송금 의혹' 관련 경기도청 압수수색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2일 오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근무한 경기도청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압수수색 대상은 이 전 부지사가 근무했던 경제부지사실(옛 평화부지사), 비서실, 평화협력국, 도의회 사무처 등 10여곳으로 알려졌다.사진은 경기도청 비서실로 들어서는 검찰 관계자들. 2023.2.22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이날 수원시와 의정부시에 있는 경기도청 남·북부청사 등에 검사, 수사관 등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압수수색 대상은 본청사 내 도지사실 및 도지사 비서실, 경제부지사실(옛 평화부지사실), 기획조정실, 북부청 내 제2행정부지사실, 평화협력국, 축산동물복지국, 기후환경에너지국, 직속기관인 도 농업기술원, 도의회 기재위원회·농정위원회 등 경기도 사무실과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전 부지사 비서실장 주거지 등 19곳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장소로 도지사실과 비서실이 포함된 이유는 당시 도지사였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관여 정도를 파악하고, 현재 비서실장이 과거 평화협력국이 있던 경기북부청 업무를 담당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지사가 근무한 킨텍스 대표이사실과 사단법인 동북아평화경제협회도 압수수색 대상에 들었다.

다만 수원시 경기도청 남부청사는 지난해 5월 광교로 이전해 이 전 평화부지사가 실제 근무했던 장소는 아니다.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 중인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에게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를 북한에 대납해 달라고 요구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이 전 부지사를 외화 밀반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공범으로 적시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향후 경기도 대북사업이 어려워진다"며 "쌍방울 그룹이 경기도를 대신해 스마트팜 비용을 북한에 지원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경기도청 압수수색하는 검찰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2일 오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근무한 경기도청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압수수색 대상은 이 전 부지사가 근무했던 경제부지사실(옛 평화부지사), 비서실, 평화협력국, 도의회 사무처 등 10여곳으로 알려졌다.사진은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청 비서실 앞. 2023.2.22

 

김 전 회장은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대주기로 한 뒤 이 전 부지사를 통해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대표와 통화했고, 그가 자신에게 "고맙다"고 말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은 대북 송금 과정이 이 대표에게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와의 연관성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의 대북 송금이 이뤄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도를 위해 쌍방울이 북한에 금전을 제공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대북송금이 필요한 경기도의 어떠한 대북 활동도 없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김 전 회장과 전화 통화했다는 보도에 대해 "검찰의 신작 소설이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 전 부지사의 뇌물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등 경기도 관계자들도 쌍방울과 경기도의 연관성을 묻는 검찰에 줄곧 의혹을 부인했다.

▲ 검찰 경기도청 압수수색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2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근무한 경기도청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수원지검은 이날 수원시와 의정부시에 있는 경기도청 남·북부청사에 수사관 등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 사진은 22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북부청사 평화협력과 앞의 남북교류협력사업 게시물 모습. 2023.2.22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개시한 직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 전 부지사를 소환해 김성태 전 회장과 대질신문을 진행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부터 2년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맡아 대북 교류·협력 사업을 전담했으며, 2020년 9월부터 킨텍스 대표이사로 있다가 지난해 9월 뇌물 사건으로 구속된 뒤 11월 해임됐다.

검찰은 쌍방울 측이 킨텍스의 호텔 건립, 태양광 시설 사업, 남북교류 사업 등에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데 도움을 받고자 이 전 부지사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기도청 측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반복적인 압수수색"이라고 항의하며 압수수색 범위 조정을 요구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김진욱 경기도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동연 현 지사의 (업무용) PC까지 포함됐다"며 "(수사와 무관한) 도지사실을 압수수색을 하겠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은 전 경기도지사 시절 대북 문제와 관련해 전 경기도지사 재임 기간에 진행됐던 대북 사업, 전 도지사 방북 추진, 쌍방울 그룹 관련 사업에 대한 것"이라며 "수사 중인 혐의와 무관한 대상이나 업무자료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쌍방울의 횡령 및 배임,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등 혐의와 관련해 지난해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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