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성희(본지회장,대기자)     ©동방일보

2015년 천안문 망루에 올랐던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모습은 북방외교의 상징과도 같았다.

더욱이 중국 공산주의 전승절 70주년 행사임과 동 시에 사상 최대의 열병식 자리였다. 여기에 시진핑 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선 것이다.

천안문 망루에 오를 때는 적어도 한국 외교의 위상과 활동 공간은 있었던 셈이다. 그로부터 불과 2년 후인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벌 어진 중국의 푸대접 외교는 여전히 국민적 모멸감으로 자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방중 3박 4일 가운데 무려 8끼가 혼밥이었고, 겨우 2끼만 식사 대접을 받았다. 시진핑 주석과의 국빈 만찬, 천민 얼 충칭시 당서기와의 오찬이 전부다.

국빈으로 초대된 한국 대통령이 받은 굴욕 외교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그에 대한 청와대의 변명이 가관이었다. "우리 측에서 공부하려고 따로 일정을 잡지 않고 비워 놓은 것", "현지 주민들과의 정서적 유대감" 운운했다.

물론 한 두끼 정도 그럴수 있으리라 여긴다. 그러나 무려 8끼가 혼밥이었고, 더욱이 중국 고위 관료에게 식사를 청했는데도 거부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때문에 "정서적 유대감", "공부 일정"이라던 청와대 변명이 애처롭다 못해 가증스럽게 여겨지는 것이다.

중국에선 손님을 접대할 때 식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그런데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한 문 대통령에 대해 매우 이례적인 일이 펼쳐진 것이 다. 그야말로 중국 한복판에서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이 찬밥 신세가 되었던 셈이다. 중국의 이러한 냉대로 인해 애초 4박5일 일정이던 방중 계획이 하루 단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이 베이징에 도착하던 날, 정작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을 떠나 난징으로 향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리커창 총리는 베이징에 있으면서도 우리측 식사 요청을 거부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문 대통령 어깨를 툭툭 치는 무례한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중국 측의 단순 의전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모욕주기로 여겨지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수행기자가 중국 경호원들에게 집단 구타당하는 폭력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문 대통령 영접 나온 인사가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아시아 담당 부장조리였다. 우리의 차관보급에 해당된다.

반면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방중 때는 장관급,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 때는 부총리급이 영접 나왔다. 첫째 날에는 자금성을 통째로 비우고 시진핑 주석이 만찬 연회를 베풀었으며, 둘째날은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위해 천안문 광장까지 비우는 전례없는 환대를 했다. 그와 비교하면 문 대통령에 대한 의전은 치욕스러울 지경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한 중국을 일컬어 “높은 산봉 우리”, “대국”이라고 치켜세웠다.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에 대해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는 찬사까지 덧붙였다. 그러나 그 결말은 중국 측에 의한 무지막지한 경제 보복으로 되돌아왔다. 혼밥외교, 찬밥외교, 굴욕외교 끝판 에 남은 것은 빈손외교도 모자라 손실외교 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 했다. 12년 만에 이뤄진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에 미국 측은 극진하게 환대했다. 한미동맹 70주년에 걸맞는 관계 업그레이드, 북핵 확장억제 강화에 주력했다. 한미 정상회담, 국빈 만찬, 미 상· 하원 합동회의 연설, 미 국방부 청사(펜타곤) 군 지휘통제센터(NMCC)를 찾아 미군 수뇌부로부터 위기대응 체계 등의 보고를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NMCC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디지털바이오 석학과의 대화,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 참석, 하버드대학 연설도 있었다. 한편 윤 대통령 부부와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별도의 친교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번 방미의 최대 성과는 북핵 확장억제 강화가 명문화된 '워싱턴 선언'을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북핵 위협에 대비한 강력한 한미 공조를 국제사회에 선포한 것이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은 1953년 재래식 무기를 기반한 한미 상호 방위조약에서 이제 핵이 포함된 한미 상호방위 개념으로 개선한 것"이라며 "나토식 핵 공유와 다르긴 하지만 실효성 측면에서는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 약정보다 '더 실효성 있다' 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아울러 첨단 기술, 사이버, 우주 등의 분야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중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은 특히 화제를 모았다. 두 나라 정상은 3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만찬 내내 돈독한 유대 관계를 보이며 한미동맹 70년의 두터운 신뢰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의 깜짝 노래가 끝난 뒤 내빈들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이날 국빈 만찬 참석자들 이 윤 대통령이 노래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미국 SNS 등에 퍼지며 화제가 됐다. 특별히 윤 대통령 방미 때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 기업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기업 네트워크 구축’, ‘미국 시장 이해도 제고’, ‘현지 업체와 업무협약(MOU) 체결 등을 통한 사업 기회 모색’ 등에서 강점을 보인 것으로 나타난다. 경제사절단으로 재참여할 의사 또한 높다고 한다. 강소기업 육성 측면에서 정부가 더욱 적극 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지점이다.

그러나 과제도 남겨졌다.

미국 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우리 기업에게는 피해가 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법 등과 관련해서다. 물론 미국과의 동맹 외교가 불가피하게 중요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고 정치 경제적으로 협력이 필요한 주변 국가와 불필요하게 담을 쌓을 이유도 없다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은 발생하지 않을지, 이미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불이익없이 기업 활동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드는 점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윤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자유의 가치는 소중하다. 그러나 그에 기반한 일방외교가 우리 국익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또 우리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요구되는 일인지, 그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은 부족하다.

최근 독일‧프랑 스‧일본 등은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자국의 실익 확보에 분주한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윤 정부 외교가 실리를 추구하기 보다, 지나친 이념 외교로 치우치는 것은 아닌지 열린 자세로 점검할 수 있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국가에 대한 뜨거운 충성심을 지닌 인물로 평가된다. 강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 분주한 모습도 역력히 읽힌다. 외교에 있어서도 상황을 주도하려는 기개가 넘친다. 다만 외교안보 영역에 있어서 지나친 이념적 행보는 지양돼야 할 점으로 여겨진다. 우리와 직접적으로 관계된 사안이 아닌 일로 굳이 주변 국가들 을 자극해야 할 이유는 없는 까닭이다.

향후 보다 치밀하고 세련된 외교적 행보가 이뤄지게 되면, 역대 가장 뛰어난 대통령으로 찬사와 존경을 받게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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