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이사


테라·루나 코인 사태의 핵심 당사자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해외 도피 11개월만에 23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면서 국내 송환 가능성과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권 대표의 신속한 송환을 위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이지만, 미국과 싱가포르 당국도 동시에 수사 중인 탓에 절차가 매우 복잡할 전망이다.

권 대표가 현지에서 소송으로 시간을 끈다면 전례를 고려했을 때 국내 법정에 서기까지 수년이 소요되거나, 최악의 경우 아예 세우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 도피 생활 11개월 만에 몬테네그로서 검거

권 대표는 테라·루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인 지난해 4월 한국을 떠났다.

몬테네그로 현지 언론은 그가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을 사용해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시도하다가 23일 적발됐으며, 공문서 위조 혐의로 체포돼 포드고리차 지방검찰청으로 연행됐다고 보도했다.

법무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과 함께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겠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은 인터폴과 공조해 지난해 9월 적색 수배하고 10월 외교부에 요청해 여권을 무효로 했다.

올해 1월에는 당시 권 대표가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세르비아에 긴급인도 구속을 청구했다. 이는 인도 청구를 전제로 체포·구금을 요청하는 제도다.

검찰은 몬테네그로에도 같은 청구를 해 권 대표가 도주 또는 석방되지 못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 가상화폐 루나-테라 관련 고발장 제출법무법인 LKB(엘케이비)앤파트너스 변호사들이 19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법무법인 LKB(엘케이비)앤파트너스는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을 대리하고 있다. 가운데 왼쪽부터 김현권, 김종복, 신재연 변호사. 2022.5.19

 

◇ 범죄인 인도 하세월…미국·싱가포르로 인도될 수도

이같은 조치에도 권 대표가 언제 한국으로 송환될지는 미지수다.

'BBK 사건'의 당사자인 김경준 씨는 2004년 5월 미국 자택에서 체포된 후 미국 법원의 범죄인 인도 재판과 국무부의 승인을 거쳐 2007년 11월 국내로 송환되기까지 3년6개월이 걸렸다.

1997년 4월 발생한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서 존 패터슨은 2011년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체포됐으나 미국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 4년4개월 뒤인 2015년 9월에야 한국에 송환됐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사법당국의 수사 대상이 된 권 대표의 상황은 이보다 더욱 복잡하다.

미국 뉴욕 검찰은 권 대표를 증권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 법무부도 지난달 같은달 테라USD 폭락 사태 수사에 착수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하는 등 권 대표는 미국 당국의 동시다발적인 수사·조사 선상에 올랐다.

싱가포르 경찰은 800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 사기 혐의로 피소된 권 대표에 대해 지난달 수사에 착수했다.

각 국가에서 앞다퉈 권 대표를 법정에 세우려고 시도한다면 신병이 어느 나라로 향하는 지를 놓고 '교통정리'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몬테네그로 법원이나 법집행부서에서 권 대표의 신병을 한국이 아닌 다른 국가로 인계하기로 결정한다면 한국 법정에 그를 세우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 몬테네그로

 

◇ 몬테네그로 단순 추방 가능성도…법무부 "신속 송환 노력"

몬테네그로 당국이 권 대표를 단순 추방할 가능성도 있다.

국가간 범죄인 인도의 기본 전제는 인도를 요청한 국가에서 적용한 범죄 혐의가 요청받은 국가에서도 범죄로 인정될 때다.

몬테네그로 법체계가 권 대표가 받는 가상화폐 사기 행각을 불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가짜 여권을 사용한 혐의만을 적용해 추방할 가능성도 있다.

범죄인 인도 청구 후 17년 만인 이달 2일 미국에서 체포된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의 핵심 인물 스티븐 리(54·한국명 이정환·미국 국적) 전 론스타코리아 지사장이 비슷한 사례다.

그는 2017년 8월 이탈리아에서 체포됐지만 현지 형사법상 공소시효가 완성됐다는 현지 재판부 판단으로 석방됐고, 다시 체포되기까지 6년 가까이 걸렸다.

법무부와 검찰은 이런 복잡한 변수 속에서도 권 대표를 신속히 국내에 송환해 우리 사법 관할권 안에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외교 채널로 몬테네그로 측과 접촉하는 한편, 법무부 소속 검사를 현지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무엇보다 다른 국가보다 범죄인 인도 청구를 먼저 하는 것이 신병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절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미국 등이 신병을 확보하게 된다면 현지에서 재판이 마무리돼 형을 살고 있는 피고인을 데려와 수사와 재판을 받게 하는 '임시인도' 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몬테네그로와 한국은 '범죄인인도에 관한 유럽협약' 가입국"이라며 "법률과 국제협약에 따라 신속히 송환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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